한강 최초 인도교 ‘배다리’ 현대적으로 해석
한강대교와 조화 이루는 언덕 형태 곡선 디자인
백년다리 당선작 조감도. [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서울시가 한강대교 남단(노량진~노들섬)에 보행자 전용 공중보행교로 개통 예정인 ‘백년다리’의 밑그림에 해당하는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 공개했다.
서울시는 국내·외 총 27대 1의 경쟁을 뚫고 국내 건축사인 권순엽 에스오에이피(SOAP) 대표의 ‘투영된 풍경(REFLECTIVE SCAPE)’이 당선작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당선작을 비롯한 총 5개 팀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하고 8월7일까지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접수된 작품 전체를 전시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당선작에 따르면 백년다리는 조선 정조시대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500m(폭 10.5m) 길이의 보행자 전용교로 조성된다. 배다리는 정조가 수원행차 때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작은 배들을 모아 만든 사실상 한강 최초의 인도교였다.
백년다리의 상부데크는 완만한 언덕 형태의 각기 다른 8개 구조물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배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덕 형태의 구조물은 부유하는 배를 형상화한 것으로 이런 곡선의 디자인은 아치교인 기존 한강대교와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보행길을 따라 걸으면 변화하는 높이에 따라 한강의 풍경과 도시의 경관, 아름다운 석양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망할 수 있다.
걸어서 지나가버리는 통행 목적으로서의 다리가 아닌 백년다리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어 머무를 수 있도록 한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보행로 곳곳에 목재 데크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벤치와 전망테라스, 야외 공연·전시장, 선베드 같은 시민 이용시설이 들어선다. 휴식과 조망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경험하고 문화적 일상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백년다리 당선작 배치도. [서울시 제공] |
또 백년다리는 도심 속 녹색 숲이자 한강 위 하늘정원으로 조성된다. 보행데크 주변으로 소음과 바람, 폭염과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꽃과 나무를 다양하게 식재해 도심에서 마치 시골의 오솔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강대교 차로 부분과 보행교 사이에는 미세먼지 흡착과 열섬화 예방 효과가 있는 수직정원(green wall)이 설치되고 보스턴고사리, 아이비 같은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 로즈마리 같이 향기가 있는 식물, 구절초 같이 교량 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관리가 쉬운 다양한 식물들이 곳곳에 식재된다.
보행데크 바닥에는 은하수를 투영시켜 놓은 듯한 작은 조명을 촘촘하게 설치해 ‘밤하늘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빛의 숲’을 연출해 이색적인 야경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노량진 방향으로 백년다리와 연결될 노량진 고가차도(내년 초 철거 예정) 일부 존치구간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자전거 이용자를 고려한 계단을 설치해 백년다리로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플랫폼도 설치된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년다리는 기존교각을 이용해 재생차원으로 보행교를 조성한 첫 사례다. 구조 등 여러 제약여건을 극복하고 백년 다리의 역사적 상징성과 기존 아치교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을 도출하고자 했다”며 “이번 당선작의 설계 취지를 담아 백년다리를 한강의 다양한 경관을 조망하고 여가, 휴게 등 시민들이 사랑하고 세계인들이 찾을 수 있는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당선팀과 설계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한 뒤 8월 중 설계계약을 체결해 연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6월까지 백년다리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cho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