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중학교 폐교를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규탄하고 폐교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1일 기자회견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에 위치한 송정중·공진중·염강초를 폐교하고 내년 3월 개교하는 마곡2중으로 통합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송정중 학부모와 교원·교육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학교 폐교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폐교 사실을 숨기는 등 시교육청의 부실 행정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학교 폐교 확정 시 국민감사·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송정중 폐교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송정중공대위)’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송정중 폐교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학생·학부모들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송정중공대위는 지난 1일에 이어 일주일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며 반발수위를 높였다.
지난 1991년 개교한 송정중은 내년 2월 말일로 폐교된다. 인근 공진중·염강초도 같은 시기 문을 닫는다. 이후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마곡2중으로 통폐합된다. 이번 통폐합은 마곡지구 건설로 인한 학생 유입 가능성, 구도심 내 세 학교 학생 수 감소 예상에 따른 것이다.
송정중공대위는 “학부모들은 송정중이 내년 2월 말일 자로 폐교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교육청이 2016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인근 마곡지구에 새 중학교(마곡2중) 설립을 승인받는 조건으로 송정중 폐교를 제시하고도, 최근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숨기거나 학부모들이 물었을 때 ‘결정된 바 없다’고 발뺌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정중은 전교생이 450여명으로, 시교육청이 ‘소규모 학교’로 분류하는 기준(300명 이하)보다 많다. 이미 9년차 혁신학교로 잘 자리잡아 운영돼 왔고, 올해 초에는 서울 전체 중학교 385곳 가운데 단 4곳 뿐인 혁신미래자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곡지구 입주로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공항동 인근 중학생 수가 2025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송정중을 없애고 마곡2중만 신설할 경우, 마곡2중 역시 이미 송정중이 겪었던 과밀·과대학급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송정중공대위의 설명이다. 대책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곡2중은 현재 송정중 학생을 제외하고도 내년에 169명, 2021년에는 405명, 2025년에는 1100여명을 추가로 수용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송정중공대위는 “폐교와 관련해 사전에 학교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고, 폐교를 추진하면서도 시교육청 역점사업인 우수 혁신학교로 지정한 점도 혼란을 더했다”며 “시교육청이 마곡2중 건설비 260억원 가운데 210억원을 교육부에서 받아내고자 혁신교육을 포기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학교가 혁신미래자치학교 지정을 신청했고 심사과정에서 폐교를 앞뒀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곧 문 닫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폐교를 결정한 당사자가 시교육청이라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정중공대위는 “조희연 교육감은 송정중을 폐교하려는 ‘억지 행정’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부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학교총량제, 학교 1개 신설시 3개 학교 폐교를 조건으로 하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방침 등에 따른 피해학교를 전면 조사해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송정중공대위는 “이번 폐교 진행 과정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요청,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를 비롯해 폐교 확정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폐교가 진행되는 전국의 피해학교 주체들과 연대해 투쟁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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