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천개 검색 기록 중 일부만 추려 계획범행 몰아”
“졸피뎀, 고유정 모발에서 나와. 전남편-고유정 혈흔 섞여 졸피뎀 검출” 주장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 남편을 살해,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의 변호인 남윤국 변호사는 “객관적 증거사실로 봤을 때 고씨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획범이냐 우발범이냐는 고유정 재판에서 그의 형량을 결정지을 중요 쟁점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 13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유정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남편을 살해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고유정은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 수면제 졸피뎀을 전 남편에게 먹인 뒤 살해했고, 살해 전에는 시신 처리를 위해 뼈의 무게, 강도 등을 검색했다.
남 변호사는 “형사사건 재판은 공소사실을 다투는 것이고 그 내용이 입증 가능한가의 문제”라며 “검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고유정이 남편을 살해할 준비가 있었는냐, 계획이 있었느냐를 보는 것인데. 현재까지 검토한 기록상으로는 계획된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계획적 범행의 근거로 공소장에 적시된 졸피뎀 검출 사실과 관련해서는 “제가 검토한 기록에서는 피해자인 전 남편의 혈흔에서는 졸피뎀이 나온 사실이 없다”며 “고유정씨의 모발에서 졸피뎀이 나온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을 하면서도 피해자의 혈흔안에서 졸피뎀이 발견됐다는 말을 했다. 피해자의 혈흔과 고유정의 혈흔이 섞인 곳에서 졸피뎀이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계획적 범행의 또 다른 증거로 든 뼈 등의 검색기록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수천건이 넘는 고씨의 검색 기록에서 14개~15개 단어를 뽑아냈다”며 “검색기록은 앞뒤가 있다. 전체 검색기록을 보면 그 부분이 납득이 가능하지만, 검찰은 일부만 뽑아 공소사실에 적시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남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살인을 계획하면 살인과 관련된 검색어와 단어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을 한다”며 “하지만 고씨의 검색에는 그 흐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자탕, 보신용 음식도 같이 검색을 하면서 넘어간 것”이라며 “고유정의 검색 흐름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뼈의 강도 등과 관련된 검색어가 결국은 다이어트로 이어졌다”고 했다.
검색어 ‘혈흔’에 대해서도 “고씨는 유산이후 면 생리대를 착용했다”며 “면 생리대 제품을 검색하다, 잘 지워지지 않은 혈흔에 대한 검색 기록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고유정은 2018년 9월 2019년 2월 두차례 유산 이후, 면 생리대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남 변호사는 ‘형사 사건 변호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제가 변호인으로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많은 국민적 관심과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달리 그 사건(고유정 전 남편 살인 사건)에는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고 썼다.
피해자인 전 남편의 유족과 변호인 측은 고유정 측의 주장에 대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고인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전남편인 피해자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27일 11시 30분쯤 펜션을 나올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28일 9시30분부터 9시37분 사이 완도행 여객선에서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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