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이웃 나라’끼리 사이가 좋은 예는 드물다. 저 멀리 남미에선 국경을 맞댄 볼리비아와 칠레가 여전히 으르렁 댄다. 볼리비아는 1880년대 벌어진 칠레와의 전쟁(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해, 인접한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신세가 됐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에 해군을 배치하고 언젠가 칠레와의 전쟁에서 이겨 바다로 나가는 ‘대양국’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볼리비아가 태평양 전쟁에서 잃어버린 지역(안토파가스타)에서 채굴되는 구리, 요오드 등 덕분에 칠레는 성장 중이지만, 볼리비아는 남미 최빈국 중 하나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히말라야로 잘 알려져 있는 네팔 역시 인접국인 인도와의 관계는 극악 수준이다. 네팔 사람 다수는 취직을 위해 인도에 ‘가사도우미’로 가는데, 이 때문에 인도 사람 다수는 네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가 인도에서 직접 봤던 가사도우미 네팔 소년(15살)은 하루에 7번씩 짜이(인도 차)를 끓여내고, 집안 청소와 식사준비 잡심부름까지를 모두 했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후 인도는 네팔에 우호 관계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네팔 사람 다수는 인도를 믿지 못할 나라라고 여긴다. ‘당한 것’이 많은 탓이 크다.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라오스와 태국 두 나라 역시 사이가 좋지 않다. 두 나라는 지난 1987년부터 3년간 ‘라오스-태국 국경 분쟁’을 벌였다. 라오스와 같은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도 라오스를 돕기위해 병력을 보냈다. 올 들어서 양국은 또다시 ‘물’ 때문에 으르렁 대고 있다. 두 나라는 메콩강을 수원(水原)으로 하는데, 라오스가 세운 ‘싸이야부리댐’ 때문에 태국의 가뭄 피해가 크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물론 라오스는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역사로 따지면 라오스와 태국은 매우 밀접하다.
지구상 존재하는 또 하나의 ‘분단국가’ 키프로스 공화국은 터키와 그리스가 싸운 결과물이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키프로스 공화국은 북단은 터키가, 남단은 그리스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웃 나라 사이 적 또는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는 허다하다. 잘 알려진 미국과 쿠바의 관계, 중국과 대만, 테러와 포격학살이 반복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수니파와 시아파가 다투는 이란과 이라크, 국경 분쟁 중인 케냐와 남수단 역시 인접국 또는 국경을 맞댄 나라끼리 다투는 사례다.
한국과 일본 관계 역시 그 중 하나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없는 것은 물론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마저 일본 아베 정권 주변에서 나온다. ‘한국의 정권을 바꿔버리자’는 주장까지 곧잘 등장한다. 한국의 대응도 세다. 한국 정부는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아베 내각이 선택한 것과 똑같은 대응조치다. 한국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3·1 운동 100주년인 올해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제2의 독립’을 선언할 태세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웃 나라끼리 사이가 좋은 나라가 오히려 드물다는 점은 기억했으면 한다. 유독 한일 관계만 특별히 더 나쁜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또하나, 한국인이지만 일본 극우에 가까운 주장을 내놓는 세력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적과 경쟁자는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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