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조상진 박사가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확인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연구진이 영구자석, 태양전지, 자기센서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하는 편극중성자 초거울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중성자과학연구부 조상진 박사팀이 중성자 초거울에 이용되는 니켈과 타이타늄 대신 철과 실리콘을 5~10nm(나노미터) 두께로 번갈아 1200층을 코팅해 ‘편극중성자’를 인출할 수 있는 초거울을 자체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설치한 중성자유도관을 사용하면 업스핀과 다운스핀 중성자를 분리해 중성자를 ‘편극화’할 수 있는데 이를 편극중성자라고 한다.
중성자는 회전 방향에 따라 업스핀과 다운스핀으로 나누어지는데 자기장 하에서 각각 50% 확률로 각각 존재한다. 일반적인 중성자 유도관을 통해 이송한 중성자는 업스핀과 다운스핀이 무작위로 섞여있지만 편극중성자 초거울이 설치된 중성자 유도관은 편극중성자만 분리해 인출할 수 있다.
편극중성자는 차세대 영구자석의 구조 분석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영구자석은 자성을 쉽게 가지는 연자성체와 자성을 쉽게 가지지 않는 경자성체를 번갈아가면서 특정 박막형태로 쌓아 제작한다. 영구자석이 영구적인 자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연자성체가 특정 스핀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편극중성자를 이용해 스핀 방향이 일정한지 여부를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기존의 초거울보다 한층 더 발전한 M3.5수준으로 니켈만을 코팅해 만든 중성자 거울보다 약 4배 이상 중성자 전달률이 높다. 따라서 중성자 획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인 니켈만을 사용해 거울을 제작했지만 최근 타이타늄 등을 추가해 중성자 전달 효율을 높인 ‘초거울’이 개발 사용되고 있다. 중성자를 반사하는 니켈을 코팅해 만든 중성자 거울보다 전반사각을 2배 늘린 특수 거울을 M2라 하고 3배 늘린 거울을 M3라고 한다.
니켈 등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로 만든 특수 거울을 중성자유도관 내부에 설치해 중성자를 여러 차례 반사시키면 목적지까지 중성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연구진은 이번에 편극중성자 초거울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연구진만 보유하고 있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국내서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한 개당 1억원이 넘는 고가 연구 장치로 스위스의 스위스뉴트로닉스사가 세계 유일의 공급사로 기기 수급이 용이하지 않다. 이번 연구개발 성과로 인해 본 기기를 자체 제작할 경우 수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며, 향후에는 해외 원자력부품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이번에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의 국산화 성공으로 영구자석, 태양전지, 자기센서 등 다양한 국내 연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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