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식당은 홀이모·실장 줄이기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한 골목. ‘임대문의’가 붙여진 빈 가게가 수두룩했다. [정세희 기자]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작년이 재작년보다 안좋았고 재작년은 그 작년보다 안좋았어요.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는데….”
4일 저녁 6시께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한 일식집은 고요했다. 테이블 총 10개 중 1개에 커플 두명이 앉아 있을뿐이었다. 주방장의 야채 써는 소리가 적막함을 겨우 달래고 있었다. 모듬회를 메인 메뉴로 하는 이곳은 가을부터 연말까지 성수기다.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손님들과 나누는 술 한잔이 낙이었다는 사장님 김모(58) 씨의 가슴도 타들어간다. “매출이 떨어지면 내가 신경을 못쓴 부분이 없나 계속 생각하고 이것저것 해보고 하는데… 요즘은 밥 먹고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살죠”
그가 가게를 차린지는 만 10년. 잘 나가던 시절에는 월 350~400만원 홀실장을 두고 12월 절반을 예약 손님으로 채웠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 신촌·홍대 상권이 급격히 나빠지고, 경기도 안좋아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실장 월급을 주고나면 사장 손에 쥐는 돈이 230만~240만원 가량이라고 했다.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이보다는 더 벌겠다는 생각에 김 씨는 2년전부터 홀실장을 없애고 힘들어도 아내와 함께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월 수수료로 나가는 돈이 몇십만원인데, 1년으로 치면 꽤 큰 돈이다. 카드 수수료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5일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구·중구 등 상점들을 돌며 소상공인들에게 그들의 꿈을 물었다. 한숨과 함께 돌아온 대답은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는 것.’ 대다수의 사장님들은 매출 하락으로 폐업을 고민하지만 차마 그만둘 용기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대역 부근에서 6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는 한모(41) 씨는 “비수기에는 한달 매출이 100만원도 안될 때가 있다”며 “이제는 버티기 작전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장 큰 걱정은 거리에 쇼핑하러 돌아다니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저녁 7시께 이대역 근처 골목들은 몇몇 음식점에만 사람이 몰릴 뿐 한적했다. 곳곳에는 ‘임대문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한 씨는 “아무리 좋은 옷을 가져와서 판다고 해도 일단 거리에 소비자들이 안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느냐”며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의 전체가 공실인 한 건물. [정세희 기자] |
소상공인들의 고충은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의 3분의 2 이상이 생계형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의 73.5%는 폐업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7년 소상공인들의 평균 영업이익은 연간 3225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영업이익으로는 269만원 정도다. 연 평균 매출액은 2억379만원으로 집계됐지만 원재료비, 인건비, 임차료 등으로 연평균 1억7154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소상공인의 70%는 1년 새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상공인들은 매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나가는 돈부터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건비’다. 마포구에서 40년째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힘들어서 홀이모를 잘랐다”며 “올해 연말 장사 끝나고 매출이 회복 안되면 홀이모 1명을 추가로 더 잘라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도 마냥 웃질 못했다. 서울 중구에서 소규모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진(38) 씨는 주변에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길까봐 전전긍긍이다. 길건너 인기 중국음식점이 생겨 그 영향으로 임대료가 오를것 같아 잠이 오질 않는다. 이 씨는 “능력 없으면 망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지만 정말 열심히 해도 외부 요인들로 안되는 사장들도 많이 봤다”며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망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폐업할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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