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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우예보에도 투입…예고된 사고였다”…경찰, 공사관계자 8명 송치
폭우 예상되는데도 공사 강행…비상연락망도 없었다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을 마친 119 구조대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지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소방당국과 양천구청은 이날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배수시설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으며, 이들은 실종됐던 시공사 직원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지난 7월 발생한 서울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사고는 폭우가 예상됐는데도 사전 예방조치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안전관리 책임자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 직원 1명, 서울시 직원 1명,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2명, 협력업체 관계자 2명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사고 당일 폭우가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터널 안에서 공사를 강행하도록 방치하며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 중 책임이 무거운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유족과 합의된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신청 단계에서 기각했다.

앞서 올해 7월 31일 양천구 목동의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 깊이 40m 수로에서 현장 점검작업 중이던 현대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지상에서 쏟아져 내린 빗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비가 내리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된 수문이 개방되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는 피해자들이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튜브 등 안전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았고,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인 방수문도 막혀 있었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당시 큰 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공사와 시운전이 동시에 이뤄져 충분히 사고 위험이 예견됐음에도 안전관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당시 시공사·감리단 관계자는 기상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고, 협력업체 측은 이를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강우량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자들이 대피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수로 안에 설치됐던 무선 중계기가 있었으나, 시공사과 감리단은 ‘시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사고 직전 철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무선 중계기는 2013년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이후 마련된 경보시설 설치 기준에 따라 지하 터널 등에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터널 내부에는 작업자들이 피신할 공간이나 비상 출구도 없었으며 사고 당시 유일한 탈출구였던 방수문을 현장 시공사 직원들이 닫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은 방수문을 닫은 것은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 당시 (근로자들이) 6만톤의 물살에 휩싸였기 때문에, 방수문이 열렸더라도 숨졌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설관리 주체인 양천구는 작업자들의 위험이 예상됐는데도 이를 통보하거나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 서울시는 현장관리를 총괄하는 발주청으로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거나 현장 지도점검을 하지 않았고 현장 감리 부실에 대한 감독도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울시에 안전관리 대책 이행을 권고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도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현장이나 대규모 공사현장 등은 발주청이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책임감리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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