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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서열화 해소, 교육계 갈등 재점화하나…교육특구 부활 우려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놓고 갈등 첨예…법정소송 예고
자사고·외고 사교육 열풍 여전…과학고·영재학교 좁은문 고입 심화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정부가 고교서열화 해소 차원에서 오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외국어고(이하 외고)·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교육계와 학교·학부모·교육시민단체들이 찬반의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사고와 외고들은 “공론화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학교선택권 빼앗고 있다”며 강력 반발, 법정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이 정부 예상과 달리 사교육 열풍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고교서열화 해소는 교육계의 오래된 요구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교육 불평등 해소와 입시 만능 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고등학교 교사 선언 기자회견 모습. [전교조 제공]

▶또다시 두 쪽으로 나눠진 교육계=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안에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조와 91조의 3을 개정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 3월부터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사 국정교과서 사태와 무상급식, 고교무상교육, 사립유치원공공성 강화, 자사고 재지정평가, 서울 주요대 정시 비중 확대를 놓고 두갈래로 나눠졌던 교육계가 또다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으로 놓고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고교 서열 해소는 교육계에서 굉장히 오래 요구했던 문제"라면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고교서열화 해소가 더 나아가 대학 서열화오 교육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외고·자사고는 특권층의 입시 수단으로 악용돼왔고,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는 특권층 네트워크는 사회 통합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고교 서열화 해소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은) 현실적 대안도 없는 교육 평둔화(平鈍化)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총은 “고교체제라는 국가교육의 큰 틀이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시행령 수준에서 만들고 없어지기를 반복해서는 교육현장의 혼란만 되풀이될 뿐”이라며 “고교체제는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로 결정돼야 하며 이를 법률에 직접 명시해 제도의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고·외고 강력 반발, 소송전 불가피=특히 해당 자사고와 외고 등을 강력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대규모 소송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자율형사립고 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

오세목 전국자사고공동체연합회장은 “엄연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5년짜리 단임 정권이 입맛대로 학교를 바꾸려 한다”며 “이같은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을 법적 대응 등을 통해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수도권 소재 한 사립 외고 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성 교육을 외면하는게 이해가 안된다”며 “국제감각과 인문학적 소양이 갈수록 강조되는데 외고·국제고를 폐지하겠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여론에 따라 뒤바꾸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교육특구 부활·사교육 열풍 우려도 여전= 정부는 특수목적고 중 설립 취지에 어긋난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폐지 대상에 넣는 반면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제외했다. 또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 수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와 외고의 12.9%에 불과해 사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강남 등 교육특구 부활과 사교육 열풍을 막을 수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교육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로)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상산고, 외대부고 등 평준화지역 소재 학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일괄 폐지 이전까지 학생들이 외고, 자사고에 오히려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괄 폐지 이후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에서 전환된 학교들이 그 지역 내 명문학교로 부각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현재보다 그 학교에 들어가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은평구 하나고·광진구 대원외고·강동구 한영외고·강서구 명덕외고·성북구 대일외고 등은 입학 허들이 높아질 것”이라며 “일괄 폐지 후 기존에 외고, 국제고, 자사고였던 학교와 교육특구 등 명문학군으로 쏠림현상이 일시적으로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대표 이종배)도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교육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뜻을 짓밟은 폭거”라며 “고교서열화와 사교육 유발의 근본 원인인 수시 학종을 해결하지 않고 자사고만 폐지한다면 그 수요가 과고, 영재고, 강남 8학군 등으로 쏠릴 것이고 더 큰 혼란과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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