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전 법제처장 “적성에 따른 교육 받을 권리 침해, 위헌 소지 다분”
반면 5년 이상 유예기간 뒀기 때문에 ‘권리 침해’ 주장 어렵다는 분석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재연·이민경 기자] 정부가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학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소송전이 예상된다. 당장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등은 헌법소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8일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는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교연은 “헌법소원 등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투자비용 손실, 유무형 피해 등에 대한 책임도 물을 방침”이라고 했다.
당장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교들을 일반고로 일괄전환하는 사실이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처음부터 특목고로서 설립인가를 받았던 학교들의 경우 국가에 의해 형태가 강제적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5년의 유예기간을 둬 갑작스러운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위헌을 주장할 근거는 부족해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대변인 허윤 변호사는 “자사고는 설립에 따른 기대이익이 있고, 해당학교의 학생은 졸업 이후의 기대이익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다만, 그 기대이익이라는 게 명확하지 않아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가 일괄전환 방법으로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택한 것도 헌법의 ‘교육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제처장을 지낸 헌법 권위자 이석연 변호사는 “고교 정책은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법정주의를 따라야 하는데 시행령으로 개정하는 방식은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며 “더구나 적성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기 조치로 해석될 수 있어 위헌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 교육부의 자사고 후기학교 배정 및 중복지원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조용호 재판관은 “고교 제도 등 기본적인 사항은 파급효과가 매우 크므로 국회가 직접 법률로 정해야 한다. 백지식 행정입법에 위임해서는 아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기석·이종석 재판관도 “향후 국회가 고교 종류 및 입학전형제도에 관해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보다 부합한다”고 했다.
반면 교육부는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가 초등교육법 시행령 90조와 91조의 3에 의거해 존립하고, 시행령을 삭제하는 게 주요 골자인 만큼, 위헌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자사고와 특목고에 대한 설립근거 조항도 시행령이지만,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의 위임을 받아 존재한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며 “국회 논의 절차 없이 행정부가 단독으로 고치는 시행령으로 고교 종류 일부를 없애는 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법리다툼은 개정이 이뤄진 직후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노 변호사는 “교육부가 갑작스런 변화가 아닌, 5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정책변화를 취했기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당장 주장할 만한 권리 침해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출신의 전수민 변호사는 “자사고나 특목고 진학을 준비해온 초등생 학부모들은 법이 개정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데, 권리구제가 늦어질 수 있으니까 헌재에서 당사자 적격을 인정해줄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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