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감사 기간 중 자살 발생해 배경 두고 의문 증폭
한달 넘게 ‘양천영등포센터 시설물 유지보수 특정감사’ 中
감사 “해당 직원 업무와 무관, 자료 요청한 적도 없어”
직원들 “언어장애 있어 감사중 말 잘못해 스트레스 극심”
SH공사 서울시 보고도 안하고 우울증만 강조 은폐 의혹
SH공사 사옥의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이진용·한지숙 기자]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한 사업소에서 40대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업소는 SH공사의 내부 감사를 받던 곳이어서 이 직원이 자살을 시도한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8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6시 55분께 양천구 신정로에 있는 SH공사 양천영등포센터 내 창고 1층 후문에서 김 모(49) 과장이 전선으로 목을 메고 있는 것을 당직자가 발견,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최초 발견한 동료 당직자는 김 과장의 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119 안내에 따라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안타깝게 구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사고 당일 오후 10시30분께 국과수 검안 결과에선 자살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공교롭게 양천영등포센터에 대한 공사 감사실의 감사가 진행 중이었던 터라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SH공사 감사실은 시설물 유지보수공사와 관련한 대금체불 등 하도급부조리 신고민원이 접수되자 지난달 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한달 넘은 기간을 정해 ‘양천영등포센터 시설물 유지보수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다만 이번 감사가 김 과장의 업무와는 무관하다는 게 감사실의 설명이다.
이비오 SH공사 감사는 “여러 센터를 묶어 몇년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시설물 유지보수에 적정한 댓가를 지급했는지, 하도급관리 계약은 제대로 이뤄졌는 지 등을 들여다보는 통상 감사”라며 “이 감사는 해당 직원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감사 과정 중 그를 불러다 조사를 했거나, 지적했거나, 자료 요청했거나 등이 일체 없었다”며 감사 활동과 그의 죽음이 무관함을 강조했다.
김 과장은 양천·영등포·구로구의 다가구 임대주택 시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주거복지직 8급으로 언어 장애를 갖고 있고 심신이 미약한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H공사 내부에선 정상인과 다른 건강 상태였던 이 직원이 일터에서 벌어진 감사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것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일말의 동기가 되지 않았겠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센터 한 관계자는 “사건 당일 그가 오후 내내 보이지 않았고, 퇴근을 했는지 안 했는 지 아무도 행방을 챙긴 사람 조차 없었다”며 피감 조직 내부의 삭막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감사 부임 초기인 지난 4월 SH공사는 인사노무처장의 여직원 성추행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당시 서울시의회에 출석한 김세용 사장 등 경영진은 시의원들로부터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은 아닌지 등 조직 기강 해이에 대한 강한 질책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이후 감사실이 매 감사에서 고강도 감사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내부 조사 결과에서 이 직원은 17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정신병원에도 입원한 적이 있는데 지난 7월부터 우울증 약을 끊어 집안에서도 우려가 있었다. 부인과의 갈등 등 개인사가 있다”며 업무 스트레스가 아닌 개인 우울증에 무게를 두는 해명을 했다.
한편 공사는 “양천영등포센터 감사를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감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를 통해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감사 사실을 시인했다. 이어 “처음 질문을 받았을때는 감사를 했는지 몰랐었다”며 “확인을 하고 답하지 못한 것을 실수”라고 말했다. 공사는 또 자살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7일 오후 늦게까지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상황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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