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국가정보원이 여성 직렬 계약직 정년을 남성 계약직보다 더 낮게 제한한 것은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국정원 전 계약직 직원 이모(54·여) 씨와 김모(54·여)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공무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 판단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씨 등이 있었던 전산사식(출판을 위한 편집 업무 지원)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었고, 영선(시설관리)이나 원예는 남성 전용 직렬인데, 근무상한 연령이 14년이나 낮게 정해져 있는 것에 대해 국가정보원장이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증명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김씨는 1986년부터 국가정보원 기능10급으로 근무했다. 출판물 편집을 담당하다가 1993년부터 전산사식 분야에서 근무했다. 이들은 2008년 국정원 규정에서 정한 전산사식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에 도달했다. 이들은 국정원장이 별도로 정한 후속 지침에 따라 2년 더 근무하다 2010년 퇴직했다.
이씨와 김씨는 국정원 전산사식 분야 직원에게 만45세까지만 근무하게 하고 퇴직시킨 조치의 근거가 된 국정원 내규가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한다며 소송을 냈다. 국정원 내규와 정황에 따르면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등 4개 직렬은 모두 여성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영선, 원예 등 2개 직렬에서는 남성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직원들이 근무하는 직렬은 나이 상한을 만45세로, 남성 직원들이 근무하는 직렬은 만57세보다 훨씬 짧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산사식 직렬에 주로 여성이 근무하긴 했으나, 국정원 내규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전 직렬의 경우 만 30세로 매우 낮은 연령의 상한이 규정 돼 있고, 간호사, 영양사 직렬의 경우 만 57세의 연령상한이 규정돼 있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에 따른 차이가 아닌 직렬에 따른 연령상한이라는 취지다. 전산사식에서 일부 남성이 근무했던 정황도 고려됐다.
2심 판단도 같았다. 이 사건 규정은 국정원이 전산사식 직렬 계약직공무원을 선발할 때 계약 기간을 정하는 내부 준칙 정도로 역할 했을 뿐 이 씨 등의 정년을 정한 기준이 아니라고 했다. 이씨와 김씨의 퇴직은 정년퇴직이 아닌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퇴직이라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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