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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멧돼지와의 전면전’…‘사냥마스터’ 경찰도 멧돼지포획팀 구성
강원청, 경기북부청 경찰로 구성된 ‘사냥팀’…수렵자격증 소지자로 구성
정부, 아프리카돼지 열병 확산 막기 위해, 총력전
전문가 “국립공원 한시적으로 개방해 멧돼지 개체수 줄여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정부가 멧돼지와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가 멧돼지 포획 상금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경찰청도 엽총 자격증이 있는 경찰관들로 ‘팀’을 꾸리고 멧돼지 사냥에 나서고 있다. 야생 멧돼지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바이러스의 숙주로 최근 들어 개체수가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인가 출몰횟수도 잦아졌다.

▶경찰, 수렵 자격증 소지 경찰로 사냥팀 꾸렸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남양주경찰서와 강원지방경찰청 강릉경찰서는 최근 엽총 자격증이 있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멧돼지 사냥팀’을 꾸리고 이날부터 12월 31일까지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멧돼지가 출몰하면 112신고가 이뤄지지만 경찰이 보유한 38구경 권총으로는 멧돼지 제압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멧돼지의 두터운 지방층 탓에 급소 관통이 어렵고 도리어 멧돼지의 공격성만 자극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광주 서구에서는 멧돼지 출몰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38권총 실탄 3발을 발사했지만, 멧돼지가 오히려 더 흥분해 출동했던 경찰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운영 중인 기동포획단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30분~9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개선해야 될 점으로 꼽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렵 자격증이 있는 ‘사냥 마스터’들로 구성된 팀”이라며 “112신고가 들어오면 1차적으로 시민안전우선조치를 실시하고, 시민안전을 위협하거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멧돼지 포획을 강조한데 이어,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역시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점검회의에서 “야생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총기포획이 허용된 지자체는 포획을 적극 실시해 달라”고 했다.

정부는 이달 초 야생 멧돼지 방역을 위해 363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긴급 예산 중 196억원은 울타리 설치 등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는데 쓰이며, 나머지 167억원은 멧돼지 포획, 폐사체 처리 등에 쓰인다. 멧돼지 포획 신고를 포획상금 역시 마리당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됐다.

정부가 멧돼지 포획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야생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 열병 확산의 매개체기 때문이다. 사육돼지에서는 지난달 9일 이후 경기도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 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14차를 끝으로 한달이상 발병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달 7일 철원에서 잡힌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야생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확산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된 건수는 지금까지 23건이다.

▶늘어난 개체수…부산, 하루에 18마리 출몰도= 야생멧돼지 출몰은 예년보다 더 잦아졌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야생멧돼지의 생존율이 높아진 반면, 개발에 따른 산림 축소로 야생멧돼지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멧돼지들 행동반경이 도심으로까지 확장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6일에는 부산에서 총 18마리의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기도 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발표한 야생동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멧돼지의 연도별 서식 밀도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100헥타르(ha)당 4.3마리였던 멧돼지는, 2018년에는 100ha당 5.2마리로 늘어났다. 늘어난 멧돼지들로 돼지열병바이러스에 확산 가능성이 커진 것은 물론, 도심에 출몰하는 멧돼지 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 27일까지 포획된 멧돼지는 총 5만8214마리에 달한다. 2017년(5만4012마리), 2018년(5만4012마리) 포획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열 서울멧돼지방지단장은 “멧돼지의 주 서식지인 국립공원에서의 사냥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멧돼지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며 “지자체가 환경부에 요청을 하고 있지만, 환경부가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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