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절반을 넘어선 문재인 정부 경제 성과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무엇보다도 역주행하는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은 141개 국가 중 51위로 3순위 하락했다. 임금결정 유연성 84위, 외국인 노동자 고용 용이성 100위, 고용?해고 관행 102위, 정리해고 비용 116위, 노사협력 130위를 기록했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노동 경직성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 교수는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청년실업률은 경직적 노동시장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 이후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0.3% 2018년 10.5%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4년 6.2%에서 2018년 3.6%로 하락했고, 미국은 동기간 중 13.3%에서 8.6%로 떨어졌다. 체감 청년실업률도 20~25% 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여전하다.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6만7000만명 늘어 2005년 8월 이후 최대치다.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6.4%로 전년에 비해 3.4%포인트 늘어났다. 2005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공기관에서만 정규직이 늘어났다. 339개 공공기관의 정규직원이 2017년말 대비 17.6% 증가했다.
미국은 3분기 1.9% 성장률을 기록했다. 10월 12만8000명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업률은 3.6%로 50년래 최저 수준이다. 흑인 실업률도 5.4%에 불과하다. 109개월 연속 고용 증가 추세다. 일본 대학졸업생의 취업률은 98%를 넘는다. 취업가능한 일자리 숫자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비율이 고교졸업생은 2.52배 대졸생은 1.83배다. 2012년말부터 작년말까지 450만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마가릿 대처는 탄광 노조와의 싸움에서 승리해 영국병을 치유했다. 국영 탄광 20곳을 폐쇄해 2만명의 탄광 노동자를 정리하겠다는 방침에 노조가 극한 투쟁을 벌였지만 대처의 개혁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하르츠 노동개혁이 독일을 살렸다. 유럽 최고 수준의 임금을 안정시키고 실업급여와 복지 혜택을 축소했다. 유연한 고용구조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노동비용을 낮췄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은 프랑스를 건강의 상징으로 부활시켰다. 프랑스 소상공인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가 50이다. 근로자가 50인을 넘어서면 각종 규제가 4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대신 기업노조와 협상, 경영악화시 해고요건 완화, 업종별 정규직 전환 탄력적 허용 등 5대 노동개혁의 키워드는 노동 유연화다. 2017년 취임 후 36만7000개 일자리가 생기고 정규직 비율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이다. 3300페이지를 넘는 노동법규를 손질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일하는 프랑스’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노동시장 개혁의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로 고용 유연성 제고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에 필요한 정책을 묻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제금융 지원, 규제완화와 함께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문했다. 둘째로 내년 시행 예정인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보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보완 의사를 밝혔는데 신속한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외국인 투자 기업인 좌담회에서 다수의 기업인은 경직적 노동구조가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이 되며 52시간제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선, 방송제작, 연구개발 등이 경직적 탄력근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56% 기업이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시행시기 조정과 함께 탄력근무 기간도 1년으로 늘려야 한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의 ‘일할 권리’ 발언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셋째로 노사협력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57년간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2012~18년 7년간 연속 파업으로 15조원 생산피해를 초래했다. 노사협력 없으면 산업평화도 없다. 산업평화 없이 제조업 부활은 언감생심이다. 균형 잡힌 노동정책이 한국 경제를 살릴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