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유사성 발견해 노숙인 센터와 공조해 추적
40년 만에 아빠 품에 안기는 딸. [수서경찰서 제공]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화상통화를 하는데 딸이라는 직감이 오더라고요.” 딸과 헤어진지 40년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딸의 어릴 적 습관을 모두 기억했다. 손톱을 깨무는 버릇, 양손잡이…. 부모는 딸을 보자마자 통곡했다. 실종 당시 여덟살이었던 지적장애 3급 딸(48)은 훌쩍 커 중년 여성이 돼 있었다.
70대 부부가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 40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게 됐다. 1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아버지 김모(76) 씨는 지난 1980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충난 천안에서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던 당시 8세 딸과 헤어졌다.
아버지 김 씨는 올해 6월 13일 딸을 찾기 위해 유전자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9월 25일 수서서 관내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서 거주했던 김모 씨와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딸 김 씨는 1991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생활하다가 자진 퇴소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 씨가 여전히 노숙생활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숙인 센터와 공조해 김 씨를 추적한 끝에 김 씨가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수급을 받아 중구 소재 고시원에 거주하다 퇴소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김 씨는 휴대폰이 없고 장애인카드가 없어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현재 딸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수서경찰서 제공] |
가을에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31일 수서서 담당 경찰이 서울역다시서시센터에 김 씨의 얼굴 사진을 전송해 발견 즉시 연락 달라고 요청했는데 실제 김 씨가 발견된 것이다. 즉시 경찰은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연결했다.
아버지 김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사진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 했지만 영상으로 보니 딸이라는 직감이 왔다”며 “딸을 만나기 위해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지난 1일 40년만에 만난 가족은 서로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현재 딸은 가족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아이가 자신을 찾아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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