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오른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저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일본에 죄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용수(91) 할머니가 3년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법정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무릎을 꿇고 "곱게 키워 준 부모님이 있는데, 군인에게 끌려가 전기 고문 등을 당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년간, 90세가 넘도록 죽을 힘을 다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쳤다.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재판장을 향해 "저희를 살려달라.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를 외치고 재판을 하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저희는 너무 억울하다"며 끝내 오열했다.
이 할머니의 호소가 이어지는 동안 법정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이날 법정에 일본 정부 측은 보이지 않았다.
이 소송은 이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6명의 유족이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사건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소장 송달을 거부해 3년간 한 번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해 재판을 열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그 사이에 소송을 낸 이들 중 생존한 피해자는 5명으로 줄었다.
이날 첫 재판에는 원고 중 이용수, 길원옥(93) 할머니가 출석했다. 이 소송 원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다른 소송을 제기한 이옥선(92) 할머니도 함께 법정에 왔다. 이옥선 할머니도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나라가 잘못해 놓고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다"며 "아베(일본 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역사가 남아 있기에 꼭 해결해야 한다"며 "법적 배상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은 "72년 전 침해된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국제법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며 "일제에 의해 인격이 부정된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인권을 회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을 두 번째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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