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 대학교들이 중국 유학생들의 돌발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교에서는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붙이고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한국에 상륙한 홍콩사태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 이어 한양대학교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교내에서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회원 10여명이 홍콩 시위 지지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고, 중국학생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중국 학생들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위에 ‘홍콩 시위 반대’, ‘하나의 중국’ 등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앞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연세대의 경우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훼손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2일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 측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수사할 예정이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달 말부터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두 차례 홍콩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현수막은 신원 불상의 인물들에 의해 잇따라 무단철거됐다. 고려대에서도 최근 교내 게시판에 붙은 홍콩 지지 대자보가 훼손되는 등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자보 훼손 행위가 반복될 경우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선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목소리와 폭력으로 번진 시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반대 목소리로 나눠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도 보였다.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서는 홍콩 사태와 관련된 글마다 홍콩을 응원하는 사진과 홍콩의 폭력 시위를 보여주는 사진이 번갈아 올라왔다. SNS에 올라온 홍콩 시위 영상에 네티즌들은 “경찰 진압이 지나치다”, “민주주의에는 희생이 따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콩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국내 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대부분 왜 홍콩 사태의 불똥이 우리나라 대학교에 튀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홍콩도 중국도 각자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모두 이해하지만 왜 타국에서 이렇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학교가 돈을 벌기 위해 유학생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 생긴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세희 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