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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없다…“이것 보는 사람?” 세금으로 만든 ‘3억개’ 쓰레기 [지구, 뭐래?]
[연합]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이거 챙겨보나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넘쳐나는 선거 공보물. 물론, 누군가에는 중요한 선거 정보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시대의 변화다. 60대도 신문보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시대. 인터넷과 SNS로 정보 대부분을 주고받는 때에, 선거 공보물은 어떤 의미일까?

그래서, 대부분 뜯겨지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운명이다. 선거 공보물이 배달되는 아파트 단지마다 뜯지도 않은 공보물 쓰레기에 골머리다. 종이 낭비, 세금 낭비, 그리고 넘쳐나는 쓰레기.

매번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에도 이미 3억개 이상의 공보물 쓰레기가 양산됐고, 고스란히 선거 쓰레기로 남았다. 우린 언제까지 또 반복해야 할까.

[해럴드DB]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는 41세 A씨가 있다. 그는 21일 춘천지법으로부터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유는, 바로 선거 공보물 때문이다.

춘천 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 4월 오피스텔 우편함마다 빼곡하게 배달된 제22대 총선 선거 공보물 100여부를 발견했다.

그는 이 공보물을 모두 우편함에서 회수,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이에 A씨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이날 벌금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다.

재판부는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범죄로 선거인의 알 권리를 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특정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같은 일을 행한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정치적 목적 없이 말 그대로 쓰레기처럼 처분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정치적 의도나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할 목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헤럴드DB]

A씨의 행동은 분명 불법이고 잘못됐다. 그런데, 왜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걸까.

서울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B씨는 “선거 때마다 공보물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토로했다.

비닐로 포장된 공보물은 주민들이 절대다수 비닐도 뜯지 않고 버린다고도 했다. 그럼 그걸 또 하나하나 비닐을 제거해야 한다. 그게 또 B씨의 일이다.

그는 “어떤 주민들은 왜 원하지도 않은 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게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B씨의 잘못은 아니다. 공보물이 오면 우리 집은 그냥 바로 거절하거나 버려달라는 주민 부탁까지 들었다.

그는 말했다. “꼭 필요하다면 그냥 조금만 만들면 되잖아요. 현관 앞에 배치해서 원하는 주민만 가져가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자의적 판단으로 공보물을 모두 처리한 A씨와, 공보물 뒷처리에 선거가 괴롭다는 B씨. 결과는 다르지만, 그들이 원하는 바는 같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후보자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쓰인 공보물은 총 4억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책자형 공보 2억9000만부, 점자형 및 전단형 공보가 1억부 이상이다.

투표용지 하나만 해도 롯데월드타워 8배 길이이니, 공보물에 쓰인 종이의 양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정도다.

같은 해 진행된 8회 전국지방선거에선 더 엄청난 공보물이 쓰였다. 무려 5억8000만부. 여의도 면적 10배 규모에 달한다. 선거공보를 한 줄로 이으면 15만6460km로, 지구를 세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지난 4월 총선에선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 3억부 가량의 공보물이 쓰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대로라면 다음 선거 역시 다를 바 없다.

반복될 것이고, 넘쳐나는 선거 쓰레기에 또 A씨와 같은 전과자가 나올 것이고, 또 B씨는 주민 항의를 들으며 산더미 같은 선거 쓰레기를 홀로 정리해야 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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